2014.02.27 12:39
복사꽃 능금 꽃이 화사하게 핀 봄날 학교교정
그 꽃 아래 옹기종기 모인 친구들보다
내가 더 예뻤다. 말해주었든 그를, 나는 좋아했었다
나를 보는 그의 눈에 콩깍지가 꼈다고 놀려주면 그는
나는 네가 제일 최고다. 제일 좋다 했었다
그가 학생회장을 한 이유는 학자금조달을 위해서였다고 그랬다
학생회장을 하면 학비가 면제된다고 담담하게 말하든 그.
그래도 나는 안다. 그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고 활달하고 씩씩하며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나만 보면 그냥 좋다고 했었다.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도 했다
그때 그는 나를 참 많이 좋아했었나 보다
너무 가난해서 너를 살리게 할 자신이 없다며 떠나간 그를, 나를 버렸다는 분노 때문에
그를 잊고자 했다 기억을 지우고 마음을 지우고 그의 생각도 지웠다
이번 길 한국 갔을 때 40년 만에 그의 소식이 들려왔다
아프다느니 의사가 됐다느니 부자가 됐다고도 하고 가난하게 살고 있다더라
수없는 말들로 친구들이 그의 이야기를 해 주었었다
"학생회장 된 것 운이 좋았다, 그리고 나 인기도 많아 여성동지들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나에겐 일편단심 민들레뿐이거든 "
너스레를 떨며 우쭐해 하든 그의 귀여운 모습 기억한다. 보고 싶다
40년이 지났지만 그를 꼭 한 번만 보리라, 기억해둔 그의 옛집을 가 보았다
더 낡고 더 초라해진 그의 집엔 너무 늙어버린 그의 어머니 혼자 살고 계셨다
30년도 훨씬 더~더 전에 못 먹어서 너무 가난해서 영양실조로 저세상으로 갔다며
소맷자락으로 눈물 훔치는 그 어머니 앞에 차마 나도 눈물을 감춘다
"처자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어 자식새끼 가슴에 묻어두고 이리 모질게
오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 녀석 이 여자가 누구인지 이름을 많이도 써 났더라고
한번 봐봐 아는 처자인지 "
펼쳐본 그 낡은 공책에는 내 이름이 가득 있다
그가 나를 밀어낼 때 용기 내 살자 해 볼걸. 결혼하자 해 볼걸. 바보다 나는
그 처자가 누군지 찾게 해주고 싶다는 그의 어머니 눈물을 뒤로하고
비석 하나 없는 그의 무덤가에 종일을 앉아 있다 돌아왔다
오늘 밤 별을 보면서 추억에 젖어야겠다. 별들이 총총한 하늘을 보며 고향 속 따스함을
그리워하고, 그리워만 하며 그렇게 그저,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별들에 말해야겠다
잊었다. 잊었다생각했다.
...
제 기술 부족 인지 음악 은 안 올라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