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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만화는 같은 것인가? 

정조의 친필 한문에 한글 한마디     


얼마 전서부터 만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답답한 일이 있을 때면 글을 썼다. 

누구를 탓하는 글도 아니고 누구를 비판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글을 써서 어떻게 하겠다는 목적도 없다. 

스스로 답답할 때 마음을 다스리는 방편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수필은 맘 가는 대로 쓰는 것이라고 국어 시간에 배웠다. 


언어학을 전공하지 안 했으니 문학이라고는 아는 것이 없다. 

붓 가는 대로 그 때의 느낌을 글로 쓰면 그 것이 수필이려니 하는 정도다. 


돈 안 드리고 문학을 할 수 있는 길은 수필을 쓰는 것이다. 

특별한 지식도 없이 아는 단어 몇 개를 총동원해서 

되는대로 마음가는 대로 글을 쓰다 보니 표현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내 자신의 내 마음이지만 그 마음이 어제는 어떠했고 

오늘 지금은 어떠한지를 글로 나타내지 못하는 어려움에 부디 치게 됐다. 


꼭 집어내고 싶은 부분을 그 대로 나타내지 못하면서 글을 쓰니 

열심히 쓰긴 하지만 써 놓고 보면 무엇이 빠진 느낌이다.  

어딘지 한 구석이 석연치 않고 부족하다는 감이 짚이는 것이다. 


정조(이조 22대, 이산)임금은 학문을 좋아했고 

성리학(유교)의 이단인 서학(천주교)서적도 

“책을 읽는 것은 학문”이라면서 서학을 두든 했다. 

자신도 “천주실의”를 읽었다고 했다.  

또 100 권이나 되는 저서(호재전서)를 남겼고 

규장각에 젊은 학자들을 모아 책을 읽고 쓰고 짓게 했으며 

각지에 흩어져 있던 수천 권이나 되는 책을 수집해 출판하기도 했다. 


세종이 이조초기 성군이라면 정조는 이조 후기의 성군이다. 


정조가 정적인 노론벽파(辟派)의 수장 

심환지에게 보낸 한문 친필 299 통의 사서(私書)를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이 1년 전에 발견하고 한글로 번역을 끝 마쳤다고 한다. 


정조가 한문으로 쓴 어서(御書)의 한 대목에 한글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다 한문으로 쓰지 않고 왜 몇 자만 한글로 썼을까 의문이 든다. 


격해진 감정을 나타내는 “뒤쥭박쥭”이라는 대목을 

한 글로 쓴 것이다. 


한문에 그런 말이 없어서 그랬을까, 

별안간 그런 한문이 떠오르지 안 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런 한문을 몰라서 그랬을까! 


글을 쓰자면 많은 단어를 알아야하고 아는 단어라도 

잊지 말고 떠 올려서 자기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맞게 

적지적소에 콕콕 집어넣고 맞추고 끼워 넣어야 한다. 


단어실력이 미천해서 한 단어를 두 번 세 번 반복해 쓰게 될 때가 있다. 

“무슨 해결책이 없을까” 하고 고심하게 된다. 

글로 표현이 안 되는 부분은 그림으로 보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실력이 부족하니 궁여지책으로 그림을 그려 보충하겠다는 것이다. 

글로 가능한 것은 글로 쓰고 글로 안 되는 부분은 

그림으로 보충하면 잘 될 것이란 꿈이다. 


나에게 그림은 글보다 더 생소하니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더 어렵다. 

서양화 동양화 초상화 추상화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림하고는 담 싸고 살았으니 엄두도 못 냈다. 


되는대로 막 그려도 누가 흉잡을 수 없는 그림은 없을까 궁리하다 

만화가 제격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화도 자유스럽게 수필처럼 맘 가는 대로 그리면 될 것이다. 

격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리는 것이니 

흉잡힐 것도 없을 것이고 부담도 없어 좋을 것 같다. 


붓 가는 대로 쓰는 수필과 마음먹은 대로 그리는 만화는 공통점이 있다. 

생각나는 대로 그린 그림이니 잘 됐건 못 됐건 시비 거리가 될 수 없다. 


만화는 “잘 그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근 2 년 동안이나 망설이다가 그림 도구 파는 곳을 찾아가 

G펜 몇 개, 먹물 한 통, 칸 있는 도화지를 큰맘먹고 샀다. 

만화 그리는 안내서 “만화 공작 소”라는 책도 샀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도구도 장만하고 안내 책자도 샀으니 반은 성공한 것이다. 


화구와 도화지를 사 들고 오면서 이 종이에 무엇을 그릴 것인가 

무엇이 됐던 그려야한다는 야릇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글로 안 되는 것을 만화로 그려 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꿈으로 끝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됐다. 


여태까지 살면서 그림을 몇 번이나 그렸나 손을 꼽아 봤다. 

어려서 강습소(지금의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사랑에 계신 아버지에게 돈을 달래서 

도화 책과 크례온을 사온 생각이 떠올랐고 


도 화 책에 있는 분꽃을 그려 본 기억도 났다. 

초등학교 2 학년 때 해수욕장 모래밭에 펴 논 색깔 양산과 

그 옆에 사람이 서 있는 그림을 그려 본 기억도 났다. 


그 알량한 솜씨로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 

글쓰고 그 옆에 만화를 그려서 글의 뜻이 잘 나타나도록 하고 싶다. 


만화를 보고 글을 읽으면 

글의 내용을 독자가 더 사실적으로 연상할 수 있을 것이고 

글쓴 사람의 의도도 잘 전달  될 것이다. 


고독, 슬픔, 즐거움, 외로움, 사랑이 오고 가는 것, 

꽃을 보는 감상 등등 보이지 않는 감정을 

글로 표현해서 독자를 감동시키겠다는 것이 

글쓰는 사람의 욕심이다. 


동양화를 보면 그림 내용을 상징하는 글귀가 있다. 

그림의 내용이기도 하고 그림의 이름이기도 하다. 

글을 덧 보이게 하는 방편으로 만화가 

글 옆에 있으면 독자는 글도 읽고 

만화도 보니 읽는데 덜 지루할 것이다. 


(이글은 www.seoulvoice.com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민속 연구원 charakwo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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