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와 머슴. 정조임금과 정적 심환지

옛날에 한 시골에 부잣집 과부가 남편을 일찍 잃고 

머슴을 두고 농사를 했다. 

농땡이 치고 꾀를 부리던 놈도 과부집의 머슴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죽자 사자 열심히 일했다. 

동네에는 이상한 소문이 무성 했지만 

과부에게는 머슴들을 구슬리는 비상한 비법이 있었다. 

과부는 박 서방이 들에서 들어오면 안으로 들어오라 해 

막걸리를 주었다. 

김 서방이 연장을 가지러 집에 오면 안으로 불러들여 

김 서방에게도 막걸리를 주곤 했다. 

김 서방이 없을 때 박 서방에게, 박 서방이 없을 때 김 서방에게 

막걸리를 주었으니 박가와 김가는 과부가 특별하게 

자기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알고  열심히 일했다. 

정조임금은 당쟁으로 

나라의 안위가 극도로 불안 한 때 

보위에 올랐지만 자기편이든 정적이든 필요한 사람에게는 

친서를 보내 여론을 수집했고 나라 일에 협조를 구했다. 

임금은 편지를 보내면서 자기에게서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발설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받는 사람은 절대 권력자인 임금이 자기를 알아준다고 감복했고 

임금의 부탁을 잘 들어 비밀을 잘 지켰다. 

그대표적인 사람이 벽파의 수장 심환지인데 

시파였던 정조의 정적이다.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 편지는 

350 여 통(어찰 첩에 만 297개)이나 된다. 

정조는 비밀어찰을 통해 심환지를 다스렸고 

심환지는 노론 벽파의 어른으로 심환지가 

벽파의 정적인 정조와 비밀편지를 주고받으며 

정조와 정치를 같이 하는 것을 벽파들이 모르게 했다. 

심환지는 보고서도 못 본 척 듣고서도 못들은 척 

비밀을 지키며 정조가 보내는 비밀친서에서 부탁하는 대로 했다. 

정조는 비밀이 탄로 날까봐 심환지에게 편지를 

본 다음 바로 불살라 없애라고 신신당부했다. 

심환지는 없애지 않고 언제 받았다는 날짜까지 명시해 

보관해 두었는데 200년이 지난 지금 

그 비밀어찰이 발견되었다. 

승정원일기나 실록은 물론 임금의 일기 일성록에도 

정조의 비밀 편지가 있다는 기록은 없다. 

정조가 비밀리에 보낸 비밀 어찰이므로 

편지의 내용은 정조임금만 아는 사실로 

승정원일기와 실록에도 없는 

역사 적 사실(史實)이 있다. 

그러므로 신하들이 기록한 실록과 배치되는 부분도 있고 

보완적인 사실(事實)도 있어서 

정조대의 역사를 다시 재조명할 만큼 정조의 치적과 

숨겨진 통치술이 이 편지에서 만 엿볼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정조는 심환지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의정으로 제수했다 목적이 이루어지면 

영의정에서 물러나게 하기를 세 번이나 거듭했는데 

그때마다 정조는 미리 심환지에게 그렇게 하겠다는

양해를 비밀편지를 통해 알려 주었고 

심환지는 비밀편지에 있는 대로 순종하면서 

신하의 도리를 지켰다. 

정조는 나라를 다스리는 중진 사대부들의 속 마음을 떠보기 위해 

한 신하에게 이런 내용으로 상소를 쓰라고 문안까지 알려주고 

상소를 올리게 했다. 

그 상소가 어전에 올라오게 되면 

사대부들이 그 상소를 공론하는 것을 보고 

비답을 내려 여론을 무마하기도 했다. 

상소 정치를 한 것이다. 

자기가 알고 싶고 듣고 싶었던 사대부들의 중론을 

그런 술수를 써서 알아 본 것이다. 

정적과 소통하는 길이 막혀 있고 

사대부들의 중론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 길을 트기 위한 방편이었다. 

승정원일기(지금의 청와대 일기) 중에 

심환지가 올린 것으로 기록 되어 있지만 

실제는 그 상소는 정조가 심환지에게 지시한 것을 

심환지가 써서 심환지의 이름으로 올렸다는 내용이 

비밀 어찰에 나타나 있다. 

정조가하고 싶은 일을 정적인 벽파의 수장 심환지를 통해 

상소를 오리게 했으니 정조의 정적 벽파들은 심환지가 올린 상소는 

자기들 수장인 심환지의 뜻 인줄 알고 반대의견을 낼 수가 없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있을 때 

어린 정조는 뒤주에 구멍을 뚫고 아버지에게 먹을 것을 넣어 주고 

할아버지(영조)에게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애원 했다. 

정조가 임금이 되면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이라고 

 영조에게 상소 했던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므로 

정조가 임금이 되기정에 죽이려 했다. 

사도세자의 부인이고 종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남편이 뒤주에서 죽어 갈 때는 남편을 살려달라고 

시아버지 영조에게 어려워 말도 못했다. 

하지만 아들을 죽이려하자 아들만은 살려야한다고 

구명운동을 해서 정조는 우여곡절 구사일생으로 임금이 됐다. 

홍국영도 정조의 보위운동에 적극 참여 했고 

정조에 충성을 다 했지만 그의 세도정치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자 김종수라는 자가 홍국영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게 되었고  

정조는 이상소를 간압 해 훙국영을 귀양 보냈다. 

김종수의 상소는 김종수가 쓴 것이 아니라 

정조가 김종수에게 탄핵하는 문안을 써 주기까지 하면서 

국왕인 자기에게 상소 하도록 지시했 다. 

이 사실은 실록에는 김종수가 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한증록에는 

사실대로 정조의 지시에 의한 상소였다고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임금이 자기 뜻을 피려하지만 피워갈 틈새가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에서 오는 궁즉통(窮卽通)이다. 

정적끼리도 중간에 협상통로(사꾸라. 지금의 정무장관)가 있어야 

숨통이 트일 때가 있다. 

통로가 꽉 막히면 싸움만 하게 된다. 

벽을 높이 쌓고 싸우는 것은 정치도 아니고 의리도 아니고 

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렵다. 

꽉 막혔을 때 정조 는 정적인 벽파의 수장 심환지에게 비밀 편지를 썼고 

심환지는 비밀을 지키면서 임금을 도와 막힌 정국을 풀어 가는데

 큰 힘을 보탰다. 

심환지는 절대 통치자 정조의 정적이면서 

정치파트너로서 역할을 잘 했다. 

정조의 비밀 어찰첩이 발견 된 지금 

심환지가 정조에게 협조 한 것을 200년이 지난 지금 

나쁘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경쟁하며 

싸우다가도 돈이란 눈먼  매개체가 중간에 있어 

서로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협상이 가능하게 한다. 

영원한 원수가 없다. 장사꾼이 싸우다 협상하면 

아 그거 돈이 원수지 사람이 원순가 잘 됐다고 한다. 

과부가 머슴을 잘 구슬려 일 잘하게 한데는 

말 못하는 막걸리가 있었다. 

정조가 명군이 된 데에는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가 됐던 심환지가 있었다. 

심환지는 정적이 아니라 정조임금의 

장자방이고 충실한 신하였다. 

과부의 막걸리는 과부가 억센 머슴을 다스리는 도구가 됐고  

정조의 비밀 어서는 천하의 정적을 다스리는 도구가 됐다. 

남과 북 사이에도 현대판 소통의 도구로 

정조의 비밀 어서와 

심환지가 아쉽다.    

<한국 민속 연구원 charakwo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