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허미호의 시인의 엿보기

2014.03.12 16:37

남송 조회 수:631

출근길

630번지 뜰에 빨강의자 한개 나와 앉아있다

오른쪽으로 약간 기운것은 노인의 몸이 불편한 탓이리라

헝클어진 풀밭엔 애완견 장난감이 이슬에 젖어 가고

귀퉁이가 헤진 액자에는 환하게 웃는 거수경례의 젊은이가

집안을 지키고 있다

밤이면 훈장이 토해내는 포화소리와 비명이 거실을 돌아 다니고

불안한 그림자를 만들어 노인의 잠을 어지럽인다


해질녘

작은새를 따라가던 노인의 눈이 송신탑위에 머물며

사방을 둘러본다

어두움의 공세에 밀려나던 노을이 유혹의 눈 빛을 보내면

서둘러 돌아와 짐을 꾸리자

한 켠에 잠들어 있던 설레임이 따라 나선다

막 밝아진 램프가 만류해 보지만

노인은 등을 돌려 노을을 향해 걸어 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허미호의 시인의 엿보기 [2] 남송 2014.03.12 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