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6 13:50
미국은 일본에 감사. 아베 총리 45분 연설에 45번 박수 쏟아져. 한국이 갈 길은 따로 있다. 미국이 일본에 패한 유일한 스노돈 중장 전투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의사당 방청객중에는 스노돈 미 해병대 중장이 앉아 계십니다”로 운자를 띠며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시작하며 손을 번쩍 처들어 방청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백발의 미국인이 앉아 있었다. 순간 의사당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눈은 모두 노인에게 향했고 청중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주인공은 스노돈 예비역 중장이고 그는 1945년 미국 해병대를 이끌고 일본 이오지마섬에 상륙했던 지휘관이었다. 이 섬에서 일어난 전투는 미국으로서는 가장 불명예스럽고 치욕적인 전투였으며 태평양전투에서 미군이 유일하게 사상자를 많이 내며 일본군에게 패한 곳이다. 아베 총리가 미국으로서는 가장 뼈아픈 전투의 상징인 스노돈 중장을 섭외해서 자기가 연설하는 미국의회 방청석에 앉치고 미일간의 전쟁 과거사를 언급했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극진한 사과의 뜻을 나타낸 것이며 일본과 미국은 이런 끔찍한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 일간의 관계가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자신감을 만방에 선포한 것이다. 아베가 45분간 연설하는 동안 45번 박수가 나왔고 이중 10번은 의원 전원의 기립박수였다. 이는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할 때 40번 박수에 6차례 기립박수보다도 많고 이스라엘 네타나후의 연설 때보다 많은 박수다. 미일 역대 최상의동맹 선언. 발빠른 외교 아베는 우리 일본은 미국의 아세아 재균형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first, last and, throughout 지지할 것이라며 미국의 글로벌 동반자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자 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베 총리가 미일 동맹관계가 역대최상(歷代最上)임을 확인한 연설에 대해 미국 언론들과 외교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아베의 연설은 과거사에 대한 사과보다는 미일동맹의 격상(格上)과 미국이 당면한 주요관심사(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등 아시아 재균형정책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CNN뉴스는 아베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강한 일본”을 밀어붙였다며 미국의 전략과 아시아내 안보질서에 일본이 더욱 깊이 관여했다는 일본의 장래를 대외에 천명했다고 평가했다.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정치학교수는 월스트리트WSJ와의 인터뷰에서 아베총리의 방미와 의회 연설은 미일 동맹이 어느 때보다도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미국정부는 특히 이점(강한 동맹)에 주목하고 있으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외교 전문가인 칼프리도프 시카고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아베총리가 연설한 바로 다음날인 30일 “발 빠르고 능수능란한 아베총리의 외교술이 박근혜대통령을 압박했다”며 박대통령이 오는 6월 미국에 와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예정 돼 있는데 이때 오바마는 분명히 한일관계개선을 강하게 요구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아베총리의 진취적인 것(일본의 국익)과는 달리 박근혜대통령은 한일관계를 국익에 맞추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잇슈(고집?)로 여긴다는 인식도 한편에 있다고 직격적으로 지적했다. 만일 박대통령이 계속 한일정상회담을 거부한다면 (한일관계 악화는)아베의 역사관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고집이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베는 잃은 것도 있다. 분리대응 하겠다 하지만 아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 하원 외교 위원장 에드 로이스는 아베총리가 동아시아 외교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과거사문제를 적절하게 다룰(깨끗하게 정리할)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며 실망스럽다고 말 했다. 미 의회 전문지인 “더 힐”은 위안부에 대한 사과가 부족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아베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 관해 (아베 총리가)이웃 국가들에게 진실한 사과를 해서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면서 미국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과거사 문제에 매몰돼 가고 있는 것을 우리가 해결해 줄 수가 없는 문제라며 아베정권을 비판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대통령은 과거사는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하며 한미동맹과 한일, 한중관계 등의 외교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갖고 추진해가고 있는 만큼 각 사안에 따른 외교 목표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소신 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우려 주길 바란다며 분리 대응 원칙을 재 확인했다. 박대통령의 대일외교에서 과거사, 경제, 안보문제 분리대응 방침을 시사한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한국정부의 변화 가능성이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대일외교가 아베총리의 미 의회 연설로 궁지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궤도수정에 나섰다고 했다. 교도 통신은 한국 대통령은 미국을 통해 국제사회에 압력을 가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를 바꾸려 했지만 아베의 이번 미국방문으로 일미 동맹이 강화돼 이런 작전에 한계를 느끼고 변화 된 대일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기도 했다. 다른 외교 전문가들도 박대통령이 두 트랙(사안별 분리 대응)을 언급한 것이 한일외교에 한걸음 내디딘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고자질외교”가 한일관계 악화 자충수 일본 외교 전문가들은 한일관계를 파탄 낸 것은 일차적으로 일본에 책임이 있지만 일본 국민들까지 한국에 등을 돌리게 한 것은 박근혜정부가 자충수를 두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박근혜의 고자질 외교”를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이 박근혜 대일외교를“고자질외교”라고 비판해온 이유는 과거사문제를 국제화하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로 끌고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일 양자문제를 미국 등 국제사회로 끌 고가 외부로부터 일본에 압력을 행사하려하고 한 것이 반대로 일본 국민들의 혐한(嫌韓)감정을 촉발시켜 해결이 더 어려워지게 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일관계전문가 니시노 게이오대 교수는 서울 아산 정책연구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베총리는 위안부문제에 관련해 한국이 원하는 메시지를 미국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적절한 시기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관계를 격상시키기 위한 자리(미국방문과 의회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한국이 원하는 기대에 못 미치는 발언이 나왔다고 해도 실망하지 말라고 당부 했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야지 미국이 어느 쪽 편을 두느냐는 구도로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미일 3국이 미국을 무대로 위안부문제와 관련 외교전을 벌리며 전선(戰線)을 확대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박근혜대통령이 내친김에 한발 더 내디뎌서 “아베 총리가 미 의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고통을 안겨준 사실로부터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일보 진전 된 것이니 이런 것들을 잘 (좋게)평가한다면 아베총리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사실 “고자질외교”란 말은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도 박대통령이 독일에서 드레스덴 선언 할 때도 그랬고 북의 경제와 핵개발 병진(竝進)정책 불가를 외국사절들에게 강조하며 대북투자를 경계 할 때도 수차 사용했던 단어다. 미국은 한국 편에서야 맞다 우리 한국국민은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사람들은 일본보다는 한국 편이 돼야한다고 믿고 있다. 공산주의를 물리치기위해 한국과 미국은 피를 같이 흘린 혈맹이고 일본은 1941년에 미국을 사상 최초로 침략해 2차 대전을 일으키고 4년동안 일본과 싸운 적국이고 적이다. 만일 일본과 한국이 충돌하면 미국은 우리 편이 돼야 맞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라는 데 우리 한국 국민이 갖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미국국민들은 한국보다 일본을 더 신뢰한다는 여론 조사가 나왔다. 지난달 아베총리가 미국에 오기이전인 3월7일에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미국인 1천명을 대상으로 미국인들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미국인 68%가 일본을 신뢰한다고 대답했는데 한국을 신뢰한다는 대답은 반이 좀 안 되는 49% 다. 더 특이한 것은 이 조사에 재미 동포와 한국계 미국인들도 포함돼 있었고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당연한것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한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은 한국국민은 민족적 감정 때문에 일본을 비하하거나 우숩게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사회에서 일본은 가장 선진화되고 고급스러운 아시아국가로 인식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조사로 2차 대전을 발발시킨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미국사람들의 인식이 한국인보다 훨씬 관대하다는 것이 증명 됐다. 전쟁범죄에 대해 일본은 충분히 사과 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37%, 사과할 필요도 없다가 24%로 61%의 응답자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미국에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18-29세 사이에서 일본의 사과는 충분했고 사과가 필요 없다는 응답이 73%다. 2013년에 같은 퓨리 리서치 센터가 한국국민의 의식 조사한 것을 보면 일본의 사과가 충분치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98%다. 일본에 대한 의식 조사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은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사람은 사과가 충분치 않다가 78% 이고 사과가 팔요없다가 6%다. 중국 사람보다 한국 사람이 일본에 대한 의식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뉴욕 월가 큰 은행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으로 기우는 것이아니냐는 인식을 미국사회에 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은 170 만명이고 일본사람은 130만명이다. 앞으로 한국정부가 재미 동포를 홀대하지말고 큰 재산이라고 믿고 잘 이용하면 정치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한국과 일본은 가야할길이 다르다 일본 아베총리의 미국방문과 의회 합동연설이 한국외교에 큰 부담이 된 것은 확실하지만 일본과 한국과는 외교적으로 가야할 길이 다르다. 일본은 분단국도 아니고 중국과 잘지내야할 운명적인 나라도 아니고 오로지 미국에 잘 보여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격상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하는 민족적 국사를 해결해야 한다. 일본이 하는 외교와 한국이 하는 외교가 같을 수가 없다. 한국정계에서는 대미 외교부재론이 대두되지만 일본 아베가 미국땅에가서 연설할 기회를 70년만에 얻어 제 살기위한 말하기도 바쁜데 한국을 끼워넣어 자기의 입장을 해결할 생각은 아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베에게 혹시나 악화 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말이라도 했으면 기대한 것은 우리의 욕심일수도 있다. 실망할 것 없다고 본다. 우리는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부탁한대로 사안별로 우리에 맞게 대응해 나가야한다. 우리가 갈 길은 따로 있다.
<한국민속 연구원 제428호 charakwoo@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