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4 16:46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순 정) 교 4/10/08 한국의 대중가요 중에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등불아래 춤추는 댄서의 순 정’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매우 단적이고 어찌 보면 낭만적이다. 이름은 알아서 무엇하며 성은 알아서 무엇하겠나. 나이는
알아서 무엇하나 다 부질없는 것인데 오늘은 오늘로 순 정을 다하고 내일은 또 다른 내일로 순
정을 다 하면 된다. 부질없는 것 알아서 무엇 하나. 지금 눈에 보이는 것 눈에 띠는 것으로 순 정을 쌓자는
것. 이 것이 순 정이다. 군더더기 순 정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희미한 등불아래 보이는 것 그대로가 우리들의 순 정이고
사랑이다. 때 묻은 인생, 냄새 나는 인생 더 알아서 무얼 하나.
부질없는 것 이름도 성도 나이도 명예도 돈도 다 치우고 등불 밑 순
정이 오늘의 사랑. 묻지도 말자 알지도 말자 우리는 순정파. 오늘의 순 정으로 오늘을 받치고 내일은 내일로 또 다른
순 정을 만들자는 것. 사람들은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이 무엇 하는 사람인가, 돈은 잘 버는 사람인가, 학벌은 좋은가, 재산도 있는가,
집안이 좋은가 이런 것 저런 것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물어본다. 당신은
누구냐고. 잘 나가는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__자가(自家) 자랑을 줄줄이 엮는다. 묻지 않아도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돈이 많은 사람, 집안이 좋은 사람, 학벌이 좋은 사람, 장관 국장 국회의원 과장 복잡하다. 요직에 있다면서 직책까지
설명한다. 세상엔 지체 높은 사람도 많다. 천 층 만 층 골치 아프다. 하다못해 의젓하지도 않은 감투도 어떻다고 자랑한다. 사촌이 무엇을 하고 5 촌 아저씨가 무엇을 한 것까지 들먹이며 스스로 계급장을 스스로 달며 우쭐한다. 듣고 있던 오늘의 순정파는 기가 죽어 이제부터는 맛 짱
뛸 수가 없다며 이제부터 너와 나는 일등병이 아니다. 맞상대 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됐다. 부자유스러워 지고 불편해 졌다. 따지고 보면 냄새나는 계급장이고 때 묻은 계급장이지만 너는 일등병이 아니다. 일등병 순 정에 금이 갔다. 갑과 을이 됐다. 불편해 졌다. 희미한 등불 밑에 이름도 성도 계급도 모르고 춤추던 순 정! 부질없는 것 알고 보니 김만 샜다. 김이 샌 곳에 순 정은
없다. 계급장에는 순 정이 없다. 이름도 성도 묻지 말자. 김샌다. 고향도 나이도 묻지 말자. 오늘은 오늘의 순 정을 쌓고 내일은 내일의 순 정을 쌓자. 묻지 말고 알지도 말고 순 정을 쌓자. 이대로 오늘의 순
정을 쌓자. 알고 나면 김샌다. 모르는 대로 순 정을 쌓자. 이것이
우리의 순정이고 사랑이다. 사람들은 계급을 좋아한다. 남이 해결 못하는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고 계급도 높고 지체도 높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높은 계급장을
좋아한다. 계급장은 눈에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찾아다니며
줄을 선다. 자기가 해결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계급장을 의지해 해결한다. 계급장이 많고 높은 사람과는 일대일 맞상대를 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계급장만큼 대접을 받고 대접을 해야하고 계급장만큼 대접을 받으려 한다. 일등병은 항상 예의를 차리고 섬기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한사람은 한사람을 섬기는 편이고 한사람은 섬김을 받는 형세에
있다. 이런 균형이 깨지면 안 된다. 하지만 계급 없는 세상도 있다. 사랑과 순 정에는 계급이 없다. 순 정에는 계급이 없어야
한다. 계급에는 층계가 있고 순종과 섬김이 있다. 순 정은 수평이고 높고 낮음도 없다. 부담도 없다. 섬김도
명령도 없다. 순 정은 순 정으로 너와 나는 맞상대다. 너도 일등병 나도
일등병이다. 여기에 순 정이 있고 사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