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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2014.02.27 16:04

가연 조회 수:840

 

 2011년 10 월 1103.jpg

 

 

유서

        

 

 

유서를 썼다 .

정확한 표현은 유서를 한번 써 보았다

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가정하에서 쓰는 것이다.

 마음 깊이가 큰, 아이를 생각해보니 하나도 해준 게 없다.

사랑니 날 때조차 몰랐다. 혼자 진통제 먹고 아픈 이를 살살 혀로 밀어내어 혼자 뽑았다.

나중에 알게 되어 이 엄마를 울게 했다 사는 게 바쁘다. 핑계로 자식 하나 못 챙겼다

대학도 어느 곳이 좋겠어요 해서 비즈니스 과로 가거라 무심코 그리 말해주었더니 그리했다

등록금 왜 달라고 안 하니. 하고 물었더니 그랜트 받았어요 하였고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모은 500$로 중고차 포드 에스코트를 사서 대학 4년 동안

고장 없이 잘 타고 다녔다.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하여 용돈하고 등록금 보태기도 했다

결혼도 우리가 보태준 것 없이 혼자 해결하여 엄마-아빠를 감동케 하고. 미안하게 했다

 작은 아이는 4년 전액 그랜트로 어려운 이민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공짜로 아이들을 키웠다

 친한 내 친구가 남편 가신 뒤 밤낮으로 내게 전화하고 너무 많이 울고

 많이 내 집으로 찾아온 내 친구를 가끔 귀찮아 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 하니 허전 하고 외로워서  인데 ...

너무 미안 하다  

 

모두에게 참 미안하다. 온통 미안하다가를 써보니 한 장 이 넘는다

쓰다가 그만 울컥하더니 눈물이 났다

그 짧은 글에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썼는지

결국 다 쓰지 못했다. 그래도 그 잔상은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왠지 마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던

진흙 무더기를 손으로 한번 세차게 휘저어 놓은 것 같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은 단순 해 졌다.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아

 

!

참참 40년 동안 묵은 40년 살은, 아직 팔팔한 내 남편은 어쩌지 나 없어지면 누굴 주나?

글 써다가 `여보 당신 애인 없어 여자친구 없어 묻다가 웃음이 나왔다

? 남편은 담담하게 묻는다

만약 나 없어지면 말이야  당신 가여워서. 뭔 소리야 더 나이 어리고 팔팔한 사람 만날 거야

 

나를 놀려준게 재미있는지 싱글벙글 하는 남편을 흰 창만 보이도록

한참을 흘겨주고, 기분이 나빠 유서 쓰기 취소를 눌렸다

영감탕구, 안돼 당신 없으면 안돼 오래오래 내옆에 있어줘 .

이리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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