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남편의 여자 친구

2014.02.28 10:15

가연 조회 수:2146

 

 

남편의 여자친구

                            

남편이, 난데없이 초등학교 동창 해정이가 시카고에서 작은 식당을 하고 있다며,

우리 가서 밥도 먹고 내 친구도 만나보고 가자고 했다. 들어서자마자

그 여자는 남편을 껴안고 반가워서 고함을 지르고 난리를 편다.

 저리도 반가울까

 

나는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둘이는 옛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킬킬 그리고 웃고

친구들 이야기 고향이야기 남박다리이야기 도 한다. 남박다리는 남편의 고향에서 내가

교사일 때 그 학교 뒷문으로 나가면 논두렁으로 연결되어 있었든 다리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가두어 놓았든 그 남박 다리 밑으로 고기가 많았던 곳

경치가 유달리 좋은 곳이다.

 

나도 그리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를 잊고 둘이서 한참 이야기를 하더니 그녀가

내게 술잔을 건네며 니도 한잔 무라.’ 한다. 남편이 그녀를 보고 우리 집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마라. 함부로 할 사람 아니다. 그 말에 내가 무안해 졌는데도 미안하며

술잔을 가져가선 부어놓은 술을 자기가 훌렁 마신다.

둔한 사람인지 성격이 좋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 뒤로 그녀에게서 간간이 전화도 오고 둘이서 잘도 수다를 떨기도 한다.

한번은 밤 11시에 전화가 왔고 남편이 갔다 오기도 했다.

 

속으로 화가 나기도 하지만 괜히 이 나이에 체신 없이 질투한다고 할까 봐

꾹꾹 눌려  참기로 했다.

 

남편이 잠시 일이 생겨 한국으로 가고 없는 날 그녀가 찾아왔다

한국 간 줄 몰랐네!” 혼자 말하더니 갈 생각을 안 한다. 나도 집안으로 들이기 싫어

뭉기적뭉기적하고 있었더니 저기 커피 한 잔만 주세요.” 하며 밀고 들어온다.

불편하고 불쾌하지만, 내색을 못 하고 -나 점심 먹을 건데 같이 할래요

지나가는소리로 했는데 그녀가 반색하며  "사실 어제 아침부터 안 먹었는데"

 하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 정말 굶었나 보다. 두 그릇을 훌쩍 비우고

커피 까지 마신 그녀는 가지 않고  하소연이 늘어났다

 

나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랐어요. 나의 엄마에게 물어보면 망할 놈이라든가 빌어먹을

녀석이라고 만 하데요. 그럭저럭 중학교까지는 졸업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나쁜 친구와

어울리고 또래 친구들도 괴롭히고 결국은 퇴학당하고 17살에 같은 동네 용갑이란 자를 만나

아들을 낳고 살았지만그놈도 도망을 갔고,  아들은 죽고 말았어요 "

그녀가 측은하고  가여워 졌다 .

 

미국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기에 불법체류자  로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결혼하면 영주권을 딸 수 있다. 기에 참고 살았는데,

 남편이  처음에는 그런대로 잘 해주었어요불경기 탓에 일도 없어지자

 엘진에 노름하러 다니더니 점점  술 먹고 행패도 부리고 때리기도 했어요,”

 

나는, 그녀를 오해하고 미워했든 내 마음을 내려놓았다.

 

“3개월만 버티면 2년을 채우는데 남편이 집을 나갔어요. 알고 보니 딴 여자하고 살림을

차렸더라고요. 하소연할 사람도, 해결할 사람도 없어 답답해서 왔어요.”  한다.

 

 그녀가 불쌍하다.

 

그 여자집 까지 가 보았는데 용기가 없어 못 들어갔어요.”

세상 풍파도 겪고 거칠고 드세 보이는 그녀가 갑자기 작고  여려 보여 내 마음이 아프다.

 

나는 그 여자집 같이 가줄게요.” 해 버렸다

(아니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나! 잠시 후회를 했고 남의 일에.) 하고 생각하다가

그녀를 위해 주자 맘먹고 둘이서 그 집으로 갔다.

 

챠임벨을 누르자 집주인인 그녀가 나왔는데 그녀와 나는 둘이 마주 보고 깜짝 놀랐다.

몇 년 전 북 클럽에서 만난 얌전하고 예쁜 여자 숙이다나를 보고 반가워하는 표정을

하다가 해정 씨를 보드니 냉정한 얼굴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출발할 때 나는 남편의  여자친구 해정 에게 단단히 일려 놓았다

-절대 화내지 말고 큰소리 내지 말고 먼저 말 꺼내지 말기로.-

 

잠시 침묵 속에 집주인 숙이가 차를 내 왔다. 이렇게 얌전한 여자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 숙이 가

 언니 저같이 얌전한 여자가 왜 그러냐고 하고 싶으시지요.” 한다.

족집게다

 

나도 혼자 사니깐 외로웠고 그가 친절하고 다정하고

그기까지 말할 때 해정 씨 가 껄껄 웃는다.

 자기 남편과 너무 다르다는 뜻이리라.  (사람은 상대적이라 했든가.)

내가 누구 편을 들고 조언을 할 분위기가 아니다.

 “둘이서 무엇이 옳은지 얘기를 해 보셔요. 서로 감정을 내세우지 말고요.”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녀에게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

 잠결인데 혜정씨가 전화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이다 언니그녀가 갑자기 나를 언니라 부르더니

 감사해요. 그녀가 잘 대해 주고

남편이 들어오겠다 하면서 좋게 해결되었어요

. 매우 고마워서 새벽인 줄 알지만, 전화했어요.”

 

나는 정말 내가 한일이라고는 없었지만 고마웠다. 잘 되었다.

 

불쌍한 그녀  해정. 우리가 사는  사회는  영주권 때문에 구박도 참고 학대도 참으며

 영주권 받아준다는 조건으로  횡포를 부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답답하고 불편하게 사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영주권 이 주는 서글픈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해정씨 잘 살아요. 즐겁게.

 이젠 울지 말아요 그리고 친구로 여기고 언제나 찾아 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어느새 가연 2015.01.05 524
21 외 갓집 가연 2015.01.05 430
20 부산에서 부쳐온 웃기는 택배 가연 2014.12.14 1204
19 가연 2014.12.14 510
18 개성공단을 가다 가연 2014.12.14 550
17 죄인 11명이 3,500km를 가다 file 가연 2014.12.14 635
16 살아 있는 지금 가연 2014.05.24 566
15 내 이름은 허 진수 file 가연 2014.03.10 6162
14 안되지 가연 2014.03.09 918
13 내 사랑 진도 개 [18] file 가연 2014.03.03 3461
12 고백 가연 2014.03.02 607
11 가연 2014.03.01 702
10 오늘은 당신이 너무 그립습니다 file 가연 2014.03.01 80991
» 남편의 여자 친구 가연 2014.02.28 2146
8 한국 친구 file 가연 2014.02.27 992
7 유언장 가연 2014.02.27 1207
6 유서 [3] file 가연 2014.02.27 840
5 나는 못난이 file 가연 2014.02.27 812
4 나의 첫 사랑 file 가연 2014.02.27 1895
3 첫 사랑 에게서 온 마지막 편지 file 가연 2014.02.27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