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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2014.02.27 16:12

가연 조회 수:1207

 

 

유언장  

           

 

 

“십 분 내로 오지 않으면 된장찌개는 졸아져서 맛이 없으니 빨리 와”

친구는 늘 이런 식이다. 경찰티켓 을 받으면서 우리 집에서

친구 집까지 간다고 해도 15분은 걸리는 시간이다,

음식솜씨로 말할 것 같으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만치 맛깔나게

잘하고. 성격은 급해서 말이 땅에 떨어지면 흙이라도 묻는 듯 빠르게

실천해야 하고  정직하며. 맺고 끊고 가 확실한 친구이다

 

 “나 폐암 말기라네” 배부르게 먹고 마지막 한술을 마저

넘기기 전 친구의 말에 목구멍까지 내려간 밥이 도로 튀어나왔다.

허술한 농담을 할 친구는 아니다. 작년부터 기침 하길래

병원 가 소리만 했다. 간간이 기침도 하고 숨차하기도 하고 아주 더 물게

가래도 뱉긴 하여 잔소리하기도 했다. 병원 가봐야 감기겠지. 뭐 하며

무심해했는데 정말 몰랐다. 별 증상도 없었다. 푸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나는 걱정 속에 눈물만 펑펑 쏟았다.

우는 나를 친구가 오히려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면 위로한다

괞찮아 누구나 가잖아. 조금 빨리 가는 건데 뭐, 나 아들에게 유언장

 써 놨다. 이 집은 아들이 영원히 살기. 이 집 이사 오면서 심은 저기

뒷마당 이팝나무 아래 나무 관 만들어 묻으라 했어.

장의사 가면 우는 자식 효심 자극하여 비싼 관 하라,

섞지 않는 관 하라며 빚지게 하는 상술에 놀라잖아,

죽으면 썩어질 건데 간소하고, 절약하고 내 새끼 매일 보고

남의 말 하듯 한다. 그래도 옳은 말 이기도 하다

 

그래 친구야 먼저 가 다시 만나 질 거야. 네가 사는 세상 올려다보며

생생하게 떠오르는, 묻어놓은 지난날의 기억들 다 보내주고 만날 날

세어볼게. 아직은 가지 않았지만, 마음이 아프다.

컴퓨터처럼 마우스를 쓰윽 앞으로 당겨서 친구와의 좋은 날들 처럼

그냥 아무 일 없듯 살 순 없을까?

친구야 근데 네 유언장 맘에 든다. 나도 이참에 내 유언장이나 쓰자.

아들에게

아들아

만약 언제라도 엄마가 죽거들랑 화장을 하여라. 너도 잘 알다시피 나의

아버지 너의 외할아버지 께서 살아생전 정이 많으셨고 자애로로우신 분  !

 

 얼굴 한 번 붉으신 적 없으셨다.

 줄줄이 딸만 일곱, 우리 자매들을 우리 공주들 하시며 사랑하셨고

 남 부럽지 않게 키우셨지만,

하늘나라   가신 후 시카고에 있는 그 할아버지 무덤가에 이 엄마는

일 년에 몇 번이나 가는지 모른다.

멀다는 핑계. 비 온다는 핑계. 눈 온다는 핑계.

그런 죄 네게 도 지우고 싶진 않구나.

화장하여라,

 

그리고

해마다 엄마 기일에는 꼭` 반듯이 아버지 친척 모두, 어머니 친척

모두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초대하거라. 너의 집도 좋고 근사한 식당도 좋다.

맛있게 먹고 이야기들도 나누고 하여라,

그리고  제일 상석에 엄마 자리 하나 만들어서 엄마 이름 적어놓고

너희 먹는 음식 하나 놓도록 하여라,

 

음식 서버 하는 분이 아마 그럴 거야 여기 예약 자리 분 안 오십니까,

음식이 다 식었는데할거야 그럼 너는 오셨습니다. 드시고 계십니다.”

그리말하거라. 귀신은 귀신같이 온다는 말이 있잖아 .

 

이 엄마는 소리없이 와서 너희가 하는 이야기     재밌게 듣고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 갈 거니깐.

 

미국에서 자랐지만, 한국씩 사고력을 가진 자랑스런 내 아들

살아생전 효도 받아 엄마는 참 행복하였다

사랑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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