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7 18:31
후로리다에서 온 편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꽃 없다.
못난이나 잘 난이나 부자나 가난한이나 싸우지 않으니 없다.
나는 미국에 와서 이렇게 터를 잡았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지고의 사랑은 시들지 않는다.
나는 “나는 미국에 와서 이렇게 터를 잡았다”라는 제목으로 2001년에 초 판, 2004년에 개정판을 냈다. 2001년 발행된 초판을 읽고 한 독자가 미국 최남단에 있는 후로리다주에서 독후감을 쓴 편지를 보내왔다. 저자는 누구든 자기가 쓴 책을 독자가 읽었다는 데 기쁨을 갖게 되고 독자에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한다, 곧 답장을 쓰려 했지만 한 달이 가깝도록 벼르기만 하고 답장을 쓰지 못했으니 독자에게 무안(無顔) 했고 드릴 말이 없어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망설여지기 만 했다. 그러자 출판사로부터 초판을 내고 1 년이 좀 지났을 무렵에 개정판을 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초판 2천부가 다 팔렸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주) 주택문화사(월간지 발행. 이사장 이심)로 오래 된 회사였다. 재판(再版)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초판에 2천부를 찍었고 이번엔 1천부를 더 찍겠다고 했다. 후로리다로부터 독후감을 받고도 크게 마음이 많이 흔들렸는데 이번 재판하겠다는 소식을 듣고도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또 한편으로는 시카고에서 출판된 책 중에 어떤 책도 아직은 재판된 책이 없다는 것과 내 책이 3천부가 팔렸다는 데 나는 또 스스로 자부심도 갖게 되었다.
안 팔리는 책과 잘 팔리는 책
일단 책이 출판되면 출판사는 저자에게 책을 몇 권씩 보내 준다는데 그 통례에 따라 나에게 도 책이 왔다. 책을 받고 출판사에서 수고 한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출판사에게도 연락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만일 이 책(초판)이 잘 팔리지도 않는 데 책이 “얼마나 팔렸느냐고 물었을 때 출판사가 책이 안 팔린다고 하면 나자신이 얼마나 실망할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 출판사에 전화 연락도 못하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래도 책이 잘 팔리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만일 책이 팔리지 않고 출판사 창고에 쌓인 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에 채이는 구박동이 책이 된 것이나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갈 수록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책을 냈다는 말도 못하고 숨죽이고 있던 차였는데 출판사로부터 재판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 날은 밤을 설친 날
출판사의 재판한다는 연락을 받은 그 날은 온 종일 기분이 좋았고 밤에는 잠까지 설쳤다. 이 튼 날은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나 사무실에 나왔다. 왜 사람들이 이 책을 돈을 내고 사봤는지 출판사는 왜 책을 재판 한다는 것인지 사뭇 들뜬 마음을 가라 안치며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며 읽어 보았다.
초판이 나왔을 때보다 재판한다는 소식이 나에게는 훨씬 더 반가웠고 기뻤다. 재판은 초판 때보다 저자의 감정을 더 강하게 흔들어 놓는 것이 틀림없다. 사람들에게 난생처음 “나라는 존재가 확인되고 책에 실려 있는 무엇인가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더 그랬다. 독자들이 책의 어느 부분에 공감하고 도움이 됐을까 생각하며 책을 재차 또 읽었다. 독자편이 되어 읽은 것이다. 자기가 쓴 책을 자기가 제일 많이 읽는다는 말에 실감이 갔다. 이렇게 설레이던 마음이 가라 안고 수년이 훌쩍 지난 지금 후로리다로부터 온 독자의 편지를 받고 재판한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와 같은 감정에 빠졌고 그 동안 틈날 때마다 써 두었던 이런 저런 사람사는 이야기를 정리해 책을 또 써야겠다는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되었다. 후로리다에서 온 편지 중에 마음 설레게 한 몇 대목은 이렀다.
딱 한 권 남아 있는 먼지 쌓인 선생님 책. 안녕하세요 차락우 선생님
“안녕 하세요 차락우 선생님(중략). 잠시 한국에 들렸다가 평소 관심이 있던 미국부동산 관련책을 구입하고자 한국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거의 모든 책들이 제가 알고 있는 수준 이하이거나 그 수준을 벗어나는 내용은 하나 없더군요. 또한 뜬구름 잡기식의 광고성 서적이거나 실제 부동산 구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결국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지 못하고 포기 할 즈음 서점 구석에서 딱 한권 남아있는 먼지 쌓인 선생님 책을 발견하여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목차를 읽는 순간부터, 실제 미국에 살고 있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고 구매하였습니다만 그 내용 또한 실제 부동산을 사고파는 데에 있어, 확실한 가이드라인과 풀로우(Follow)를 제시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정말 도움이 되었고 감사 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 메일(편지) 드렸습니다(중략). 책을 읽으며 모르던 부분, 놓치기 쉬운 부분, 주의해야 하는 부분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요 실제 사례들과 다양한 이야기 들을 통해 많은 간접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땀을 뻘뻘 흘리며 찾던 책 제 손에
책을 발행한지 오래되어, 서점에서 찾기 쉽지는 않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좋은 책을 찾던 제 손에, 선생님의 책이 들어오게 된 건 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시 한 번 좋은 책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중략). 최원호 올림 PEYTON WONHO CHOI" 이 독자가 구입한 책은 출판 된 지가 오래 됐다고 하는 것을 보면 최원호씨가 산 책은 초판인 것 같다.
독자 최원호 씨는 나에게는 너무 분에 넘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저자가 이런 간곡한 편지를 독자들로부터 받을까. 그리 흔치 는 않을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 이 세상에 흔적 없이 왔다 흔적 없이 가는 구나 했지만 그래도 보 잘 것 없이 풀섶에 피어 바람에 흔들리며 여름내 뙤약볕에 서있는 들꽃도 나름대로 뜻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자님 최원호 씨라 했고 회계사이며 부인께서는 연구원 직원
독자는 미국에 온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벌써 회계사시험에 합격했고 부인은 연구소에서 일한다고 했다. 미국에 살면서 제일 중요한 신용(信用)도 잘 쌓으며 이민 생활을 차 근 차근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사회 어느 단체에 속하더라도 성실하게 일할 사람이라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게 했다. 미국에서는 연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성실하고 미국을 지탱하는 기둥인데 부인께서는 연구원으로 일한다고 했다. 제가 쓴 책은 전문분야를 깊이 있게 다룬 것도 아닌데 뜻 깊게 읽어 주신 것 참으로 제 감정을 사무치게 한 감명 깊은 편지였으며 나 자신도 미국에 와서 살기 위한 방편으로 일을 하면서 터득한 실전 이야기를 쓴 것인데 이 독자의 이민생활에 어느 부분 참고가 된 것 같다. 그의 앞길에 무궁한 발전만 있기를 바란다. 혹 최원호 회계사님 이 글을 보시면 저에게 연락 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편지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 간직한다 곤 했지만 못 찾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꼭 다시 읽어 보고 싶은 고마운 편지입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은 꽃 없다
씨앗은 봄이 오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앙상했던 나무 가지도 봄이 오면 잎이 나고 새싹이 돋고 꽃이 핀다. 하지만 한 봄과 여름을 지나며 바람에 흔들린다.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자란 나무 없고 그렇게 아름다운 꽃도 없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자란 나 무 없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은 꽃도 없다. 혼자 큰 인간도 없다. 세상 풍파 비바람 다 맞으며 큰 인간들---.
지고의 사랑 시들지 않는 사랑
뿌리깊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가뭄에 마르지 않으매-----”란 명구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의 첫마디다. 낙락장송도 산에 들에 핀 꽃도 바람에 흔들리고 깊은 뿌리에서 물이 오르지 않으면 시든다. 뿌리깊은 나무는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다. 나무도 꽃도 바람에 흔들려야 뿌리를 내리고 바람맞이에 있어야 더 탐스럽다. 꽃이 피기까지는 비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꽃의 운명이다. 산들 바람도 거센 폭풍도 있다. 비 만나고 바람 만난나무가 뿌리를 깊게 내리고 가뭄에 이기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을 피우기까지는 우리들도 어려운 고비를 넘긴 사람이 좋다. 인간에게는 말못하는 고비가 있다. 고비는 대부분 사람에 의해 오는 고비, 돈에 의한 돈의 고비다. 사람에 의한 고비가 제일 많고 크다. 사랑의 고비, 배반의 고비, 실망과 절망의 고비가 있다. 이 어려운 고비들은 또 이들 사람에 의해, 돈에 의해 넘어 가게 된다. 아이들은 아프며 크고 싸우며 큰다고 한다. 아프지 않고 싸우지 않고 어른 된 사람도 없다. 못난이나 잘 난이나 가난한이나 돈 있는 이나 없는 이나 누구에게나 아프지 않고 싸우지 않은 사람도 없다. 온갖 고비를 넘어온 뿌리 깊은 사랑이 지고의 사랑이고 가뭄에 시들지 않는 사랑이다(교1/8/09 12/20/08)중보판
4/7/2026charakwoo@hotmail.com. 호9935제. 한국민속연구원 제공. www.seoulvoice.com차락우 칼럼 매주 목